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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침해로 소송까지 갈까 말까
– 경고장, 협상, 소송의 단계별 전략
특허 침해 상담에서 제일 자주 나오는 말은 대개 비슷합니다.
“저쪽이 우리 기술 뻔히 베꼈는데, 그냥 소송 가면 되죠?”
기분만 놓고 보면 당장 소송을 하고 싶겠지만, 실무적으로는 “바로 소송”이 거의 최악의 선택에 가깝습니다. 특허 소송은 한 번 시작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절차이고, 그 과정에서 내 특허의 강·약점이 모두 공개되며, 상대방의 무효심판 역공까지 한꺼번에 맞게 됩니다.
그래서 특허 침해 대응은 보통 ① 침해·유효성 사전 검토, ② 내용증명·경고장 발송, ③ 협상, ④ 소송이라는 단계로 설계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 글에서는 그중에서도 특히 경고장과 협상 국면에 초점을 맞추어, 특허 침해가 의심될 때 어떤 순서와 전략으로 움직여야 하는지, 내용증명·경고장을 쓸 때 무엇을 반드시 넣고 무엇은 절대 넣으면 안 되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소송은 마지막 카드다 – 단계별 대응 구조
특허 침해 문제가 보이면, 많은 분들이 곧바로 “소송 여부”부터 떠올립니다. 그러나 실제 전략의 출발점은 언제나 그 앞 단계, 즉 “이 특허로 싸울 수 있는지”를 점검하는 데 있습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 특허와 상대 제품을 차분히 비교해 침해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입니다. 청구범위의 각 요소가 상대 제품의 구조와 기능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문언 침해가 가능한지, 설령 문언상 일부 차이가 있더라도 균등침해 주장 여지가 있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동시에, 이 특허가 무효 공격을 버틸 만한지 유효성도 점검해야 합니다. 선행기술 조사에서 신규성이나 진보성을 정면으로 치는 문헌이 있는지, 명세서 기재가 충분해 실시 가능성이나 기재불비 공격에 취약하지 않은지, 혹시 정정을 통해서라도 구조를 방어할 수 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합니다.
소송에 들어가면 상대방은 거의 자동으로 무효심판을 제기하기 때문에, 유효성 검토 없이 감정적으로 소송부터 시작하는 것은 내 특허를 상대방에게 “무효화할 기회”를 제공하는 꼴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전 점검을 통과했을 때 비로소, 경고장 발송과 협상, 그리고 최후 수단으로서의 소송을 선택지로 올려놓을 수 있습니다. 소송은 처음에 꺼내는 카드가 아니라, 모든 수단이 실패했을 때 마지막으로 눌러보는 버튼에 가깝습니다.
2. 경고장을 꺼내기 전에 확인해야 할 것들
침해 가능성과 유효성 검토 결과, “이 특허로 어느 정도 승부를 걸 수 있겠다”고 판단되면 다음 단계는 상대방에게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많이 쓰는 수단이 내용증명 형태의 경고장입니다. 경고장의 목적은 단순히 “겁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첫째로, 상대방에게 침해 사실과 우리의 법적 입장을 명확히 통지하고,
둘째로,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만들며,
셋째로, 나중에 소송이 갔을 때 “언제부터 어떤 주장을 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을 남기는 데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고장을 보내기 전에 최소한 몇 가지는 확인해야 합니다. 우선 우리가 근거로 삼을 특허번호와 청구항, 그리고 상대방이 사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구체적인 명칭과 형태를 확실히 짚어야 합니다.
단순히 “우리 특허를 침해하고 있는 것 같다”는 식의 추상적인 인식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실제로 어떤 구조가 어떤 청구항에 대응하는지 내부적으로라도 도표 수준의 정리가 되어 있어야, 나중에 괜한 부당경고 시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이 경고장을 보냈을 때 상대가 바로 역공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가늠하는 것입니다. 상대 회사의 규모, 특허 포트폴리오, 내부 법무 역량 등을 고려할 때, 우리가 먼저 총을 쏘는 순간 상대방이 무효심판이나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으로 곧바로 반격할 수 있는지, 역공에 대한 내부 대비는 되어 있는지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3. 경고장과 내용증명에 담아야 할 내용
경고장을 실제로 작성할 때는 기본적으로 세 가지 축을 빠뜨리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첫째는 특허와 당사자의 특정,
둘째는 침해 행위의 구체적 설명,
셋째는 우리의 법적 평가와 요구사항입니다.
우선, 우리가 근거로 삼는 권리를 정확하게 적시해야 합니다. 특허번호와 명칭, 문제되는 청구항 번호를 분명히 밝히고, 그 특허의 권리자가 누구인지, 상대방이 누구인지, 상대 제품이나 서비스가 어떤 이름으로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적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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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사의 제품이 당사의 특허를 침해하고 있다”는 문장 하나로는 부족합니다. 상대방이 보았을 때, 어떤 권리를 문제 삼는지 분명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하고, 형식적으로도 “권리 통지”의 기능을 수행해야 합니다. 그리고 침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적어야 합니다. 최소한, X의 구조를 가진 귀사의 ○○ 제품의 기능과 구조가, 당사 특허 제○○호 제1항 내지 제3항에 기재된 구성요소들과 어떻게 대응하는지, 큰 틀에서라도 설명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
또한, 우리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명확히 해야 합니다. 생산과 판매의 즉각 중단을 요구할 것인지, 기존 재고 처리 방안을 함께 논의할 것인지, 아니면 라이선스 계약 체결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은 것인지에 따라 문구가 달라집니다. 상대방에게 일정도 제시하는 편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본 서한 수령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귀사의 입장을 서면으로 회신해 달라”는 식으로 기한을 걸어 두면, 향후 소송에서 고의 또는 과실, 손해배상 범위를 논쟁할 때도 일정 부분 참고가 됩니다.
경고장 말미에는 가능하면 협의의 여지를 남겨두는 문구를 넣는 것이 안전합니다. “당사는 본 사안을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귀사와의 협의를 우선적으로 희망한다.
다만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특허권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조치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 정도의 표현이면, 필요할 때는 소송 카드도 꺼낼 수 있으면서도 일단 대화를 첫 옵션으로 둔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습니다.
4. 경고장에 넣으면 위험해지는 것들
반대로, 경고장에 너무 많이 담으려다 오히려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을 써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함정이 과격한 표현과 과장된 위협입니다. 기술을 베낀 것이 억울한 마음이 앞서 “사기꾼”, “도둑질”, “악의적인 행위”와 같은 표현을 쓰고 싶을 수도 있지만, 이런 단어들은 특허와는 별개로 명예훼손 시비를 낳을 수 있습니다. 경고장은 향후 법원이 그대로 읽게 될 문서라는 점을 생각하면, 감정은 최대한 걷어낸 채 사실과 법적 평가만을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또 하나 피해야 할 것은 아무 근거 없이 거액의 손해액을 적어 넣거나, 실제로는 전혀 계획도 없는 형사 고소를 마치 곧바로 할 것처럼 적어놓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귀사는 수십억 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게 될 것이다”라는 문장이 반복되는데, 정작 매출 규모나 시장 점유율 등을 봤을 때 그 정도 손해가 현실적으로 성립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나중에 상대방이 “부당한 경고”를 주장할 명분이 생깁니다. 형사 책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는 고소할 의사도 없는데 “대표이사 개인도 형사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반복해서 써놓으면, 순수한 권리 행사를 넘어선 위협으로 평가될 소지가 있습니다.
특히 조심해야 할 것은 경고장을 거래처나 언론, 고객사 등에 돌리겠다는 식의 문구입니다. “응하지 않을 경우 귀사의 침해 사실을 귀사의 주요 거래처와 시장에 알리겠다”라는 내용은 자칫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경우, 업무방해나 허위사실 유포를 수반한 부정경쟁행위로 비칠 수 있습니다.
경고장은 원칙적으로 상대방에게만 보내는 일대일 문서로 관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5. 협상 국면에서 생각해야 할 것들
경고장을 보낸 뒤에는 상대의 반응을 지켜보면서 전략을 조절해야 합니다.
어떤 상대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조용히 제품을 내리고, 후속 모델에서 구조를 바꾸기도 합니다. 이 경우 권리자로서는 비교적 깔끔하게 목적을 달성한 것입니다.
다른 상대는 경고장을 받고 바로 연락을 해와 라이선스나 합의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합니다. 이때는 우리가 원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내부적으로 정리되어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침해 중단이면 충분한지, 일정 수준의 사용료를 받고 공존할 수 있는지, 혹은 시장에서 경쟁 상품을 완전히 배제하고 싶은지에 따라 협상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유형은 방어적이면서 공격적인 상대입니다. 경고장을 받자마자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제기해 “우리 제품은 그 특허의 권리범위 밖에 있다”는 결정을 받아 오려 하거나, 곧바로 무효심판을 청구해 특허 자체를 공격하는 경우입니다. 이렇게 나오면 사실상 협상 국면은 상당 부분 깨졌다고 봐야 하고, 우리도 방어와 반격을 동시에 고민해야 합니다. 그래서 경고장을 보내기 전부터 “상대가 이렇게 나올 경우 우리는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는가”를 미리 상정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협상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이 특허가 우리 사업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냉정하게 평가하는 것입니다. 회사의 핵심 기술을 담은 생존 특허라면, 어느 정도 비용과 리스크를 감수하고라도 끝까지 지켜야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부수적인 기능을 담은 특허라면, 일정 수준에서 합의하고 더 큰 분쟁으로 번지지 않게 정리하는 것이 이익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지면 안 되는 특허인지, 적당히 협상하고 넘겨도 되는 특허인지”라는 질문에 내부적으로 답이 있어야 협상에서도 일관된 태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특허 침해 문제를 마주했을 때 처음 던져야 할 질문은 “소송을 할까 말까?”가 아니라, “이 특허와 이 분쟁에 최적인 수단이 소송인가, 아니면 협상·경고·정리 중 다른 무엇인가?”입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곧, 특허 분쟁 전략 수립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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